다국어 홈페이지 — 플러그인을 깔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영어 페이지까지 만들었는데 해외에서 문의가 오지 않습니다. 번역이 어색한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개는 그보다 앞 단계가 문제입니다. 같은 번역 플러그인을 써도, 설정에 따라 다국어 페이지가 검색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같은 플러그인을 썼는데 왜 검색 결과가 다른가요?
워드프레스에서 다국어를 붙일 때 쓰는 도구는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TranslatePress, WPML, Polylang 같은 것들입니다. 이 도구들은 기능이 많아서, 설정하는 항목에 따라 다른 사이트가 됩니다. 화면만 보면 어느 쪽이든 똑같이 영어로 바뀌는데, 검색 봇이 가져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견적서에 적힌 “다국어 지원”이라는 한 줄로는 무엇을 받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래 네 가지 설정이 결과를 정합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 설정 | 안 했을 때 생기는 일 |
|---|---|
| 언어마다 주소를 따로 만든다 | 검색에는 원래 언어 하나만 남습니다 |
| 같은 내용의 다른 언어라고 표시한다 | 봇이 둘을 남남으로 보거나 하나만 남깁니다 |
| 제목과 설명문도 번역 대상에 넣는다 | 검색 결과에 한국어가 그대로 나옵니다 |
| 자동번역을 사람이 손본다 | 품질 낮은 문서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
언어마다 주소가 따로 생기나요?
네 가지 설정 중 첫째입니다. 검색 봇은 주소 단위로 페이지를 모읍니다. 주소가 하나면 거기서 본 언어 하나만 기록합니다. 화면에서 글자만 바꿔 주는 설정으로 두면, 사람 눈에는 영어 사이트인데 검색에는 없는 상태가 됩니다.
봇에게 같은 내용이라고 알려 주고 있나요?
주소를 나눴다면 그다음은 “이 둘은 같은 내용의 다른 언어”라고 알려 주는 표시입니다. 이 표시가 없으면 봇은 두 페이지를 남남으로 보거나, 비슷하다고 판단해 하나만 남기기도 합니다. 애써 만든 영어 페이지가 검색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번역 관리 도구들은 이 표시를 자동으로 붙입니다. 다만 자동으로 붙었는지는 확인해 봐야 압니다. 테마나 다른 플러그인과 부딪히면 아무 경고 없이 빠지고, 화면에도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영어 페이지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페이지 소스를 열고 hreflang을 찾아보십시오. 국문 주소와 영문 주소가 짝으로 나오면 제대로 붙은 것입니다.
제목과 설명문도 번역되고 있나요?
실제로 가장 많이 비어 있는 자리입니다. 플러그인이 기본으로 번역하는 것은 화면에 보이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검색 결과에 표시되는 것은 화면 글자가 아니라 페이지 제목과 설명문입니다. 이 둘은 화면 어디에도 안 나타나기 때문에, 번역이 끝난 것처럼 보여도 한국어로 남아 있거나 아예 비어 있곤 합니다.
제목이 비면 검색 결과에 회사 이름만 덩그러니 뜨고, 설명문이 비면 봇이 본문에서 아무 문장이나 끌어다 붙입니다. 어느 쪽이든 해외 바이어가 눌러 볼 이유를 만들지 못합니다. 이미지 대체 텍스트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번역이 끝났는지 볼 때 화면만 보지 마시고 브라우저 탭에 뜨는 제목을 보십시오. 탭이 한국어 그대로면 검색 결과에도 한국어로 나옵니다.
자동번역을 어디까지 사람이 봐야 하나요?
번역 관리 도구는 대부분 자동번역을 붙일 수 있습니다. 버튼 한 번으로 사이트 전체가 영어로 채워지니 안 쓸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구글은 사람이 손보지 않은 기계번역을 품질 낮은 문서로 다룹니다. 자동번역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무도 읽어 보지 않은 채 두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부 다듬을 필요는 없습니다. 고치는 데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 회사 이름과 제품 이름. 자동번역이 고유명사를 풀어 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면 검색이 통째로 어긋납니다.
- 페이지 제목과 설명문. 검색 결과에 그대로 나가는 문장입니다.
- 첫 화면과 문의 페이지. 바이어가 판단하는 곳과 행동하는 곳입니다.
- 나머지 본문. 자동번역으로 두고 나중에 고쳐도 됩니다.
전체를 다듬고 열려다 보면 공개가 계속 밀립니다. 앞의 셋만 손보고 먼저 여는 편이 낫습니다. 봇은 페이지가 있어야 읽기 시작합니다.
AI가 답할 때는 어느 언어를 인용하나요?
여기까지가 검색 이야기라면, 지금은 한 겹이 더 붙었습니다. 해외 바이어가 구글 대신 AI에게 먼저 묻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AI가 답을 만들 때 근거로 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페이지입니다. 영어 주소가 없으면 인용할 영어 문서가 없는 것이고, 그러면 AI는 한국어 페이지를 옮겨 답하거나 아예 다른 회사를 답합니다.
앞의 설정들이 검색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소를 나누는 것은 언어마다 인용될 문서를 하나씩 만드는 일이고, 제목과 설명을 채우는 것은 그 문서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밝히는 일입니다. 회사 이름·업종·연락처 같은 사실을 담은 구조화 데이터도 언어별 페이지에 함께 붙어야 합니다.
사람이 읽는 화면과 봇이 읽는 자료가 서로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2026 웹디자인 트렌드에서 다뤘습니다. 다국어는 그 두 층이 언어 수만큼 늘어나는 일입니다.
영어 하나만 있어도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언어를 여럿 얹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해외 거래가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업종이라면 국문과 영문 둘로 충분하고, 국내 영업을 따로 하지 않는 회사라면 영문 한 벌만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언어를 나누지 않으면 위에 적은 설정 네 가지가 통째로 필요 없어집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해외 영업에만 쓰는 사이트라 처음부터 영문 한 벌로 설계하고 언어 전환을 넣지 않았습니다(장백기공소). 관리할 것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견적서에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요?
“다국어 되나요”는 답이 늘 “됩니다”라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아래 네 가지를 물어보십시오. 다국어 사이트가 실제로 효과를 낼지는 여기서 정해집니다.
- 언어마다 주소가 따로 생기나요, 화면만 바뀌나요?
hreflang표시가 짝으로 붙나요?- 페이지 제목과 설명문도 언어별로 들어가나요?
- 자동번역이라면 어디까지 사람이 보나요?
수출바우처처럼 기한이 정해진 사업이라면 하나 더 봐야 합니다. 언어를 늘리면 번역만 느는 것이 아니라 검수와 확인도 언어 수만큼 늘어납니다. 납품일은 그대로인데 할 일만 배로 늘어나는 상황이 여기서 생깁니다. 사업이 끝난 뒤 방문자가 끊기는 문제는 지원사업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성과가 없는 이유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언어를 늘리기 전에 그 언어의 원고를 누가 계속 쓸 것인지부터 정하십시오. 정해지지 않으면 반년 뒤 영어 페이지만 옛 내용으로 남습니다. 만들 때 드는 품은 견적에 들어가지만 이 품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사이트는 국문 한 벌입니다. 해외 영업을 하지 않으니 언어를 얹지 않았습니다. 다국어가 필요한지부터가 판단이고, 필요하다면 무엇을 켜고 무엇을 뺄지가 그다음입니다. 홈페이지 제작에서 그 기준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